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Navin Solo Exhibition
Eternal Sunshine
2018. 11. 16(fri) - 28(wed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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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출과 일몰

 

아무리 먼 곳을 가도 가장 각성이 되는 순간들은 해가 뜰 때와 해가 질 때이다.

초를 다투어 변하는 대기의 색과 흩어지는 구름, 나타났다 사라지는 안개, 다가오고 멀어지는 바람, 저만치 명멸하는 인공의 빛들.

언제라도 경이로운 이 장면을 위해 사람들은 해마다 높은 산을 오르고 바닷가에 서서 추위를 견딘다.

갈릴레오가 위협한건 자연에 깃든 신성함이 아니라 교황의 권력일 뿐이다.

 

캔버스 앞에 앉으면 그간 여러 땅을 밟으며 온 몸으로 느꼈던 공간들,

시야를 가리는 건물 없이 사방이 뚫린 대지에서 바라본 풍경들이 떠오르고 그곳의 바람이 지금 여기로 불어오는 듯 두근거린다.

눈부신 빛을 끌어오는 새벽, 짙은 어둠을 가져오는 일몰. 마음의 동요.

몇 년 전 히말라야트래킹을 가서 며칠의 고생 끝에 전망대에 올라 안나푸르나의 설산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다. 고요하고 또 강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온 힘을 다해 시작되는 이 하루가 오늘이라는 게 기적 같았다. 이런 각성의 순간을 위해 여행을 가는 것일까?

 

인류가 가장 오래도록 지켜봐온 스펙터클. 그 풍경을 하릴없이 바라보는 나는

수천년 전의 한 목동과 다를 바 없다.

평생을 그려도 일부만을 담을 것이 분명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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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이 꽃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선험적이라고 생각한다.

여러 지역의 문화권에서 꽃은 항상 기쁨이고 행복이고 장식이고 선물이었다.

얇은 꽃잎을 겹겹이 두른 선명한 빛깔의 꽃. 지속될 수 없는 찬란한 순간이라는 시간성까지 더해져 아름다움이 극대화된다. 탐미주의자인 나는 어느 곳을 가든 그 곳의 꽃을 잔뜩 찍어온다. 단단한 봉오리에서부터 섬세하게 착지하는 순간까지, 세상에 어떻게 이런 게 있을까? 싶다.

봄의 선릉에서 곳곳에 만개하는 하얀 진달래

연남동 주택가의 겹벚꽃

12월의 교토에서 만나는 동백

여름의 카페를 장식한 델피늄

하늘, 달, 구름이 ‘멀리 경이驚異’라면 이것은 ‘가까이 경이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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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림

 

산 강 바다 빛 구름 달

물리적 거리를 제치고 망막으로 뛰어드는 것들

 

천천히 들이쉬고, 내쉰다.

 

실내를 데우던 햇빛이

빛을 반사하는 색들이

가지를 흔들던 바람이

그곳에서 이곳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. 그 감각들을 환기하며 그린다.

 

눈이 자랄수록 삶은 쉴 새 없이 변하는 자연의 빛들로 흘러넘친다.

결국, 추구하던 그 지점이다.

나는 지금. 얼마나 충만한가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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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8.10 나빈